"에너지 위기, 오일쇼크보다 심각"....IEA 총장 중동戰 여파 경고

경제 / 김나윤 기자 / 2026-04-07 18:13:53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번 에너지 위기가 1970년대 오일쇼크를 넘어서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인터뷰에서 "지금의 에너지 위기는 1973년, 1979년 그리고 2022년 위기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심각하다"며 "세계는 이 정도 규모의 공급 차질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비롤 총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4월은 '검은 달'이 될 수 있다"며 각국의 에너지 절약을 촉구했다. 실제로 현재 공급 차질 규모는 하루 1200만~1500만 배럴로 추산되며, 해협 봉쇄가 지속되면 지난달 대비 공급 손실이 2배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는 1973년 욤키푸르 전쟁과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당시 국제유가 급등을 촉발했던 공급 충격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에너지 시장 전반의 불안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비롤 총장은 "현재까지 1200만 배럴 이상의 공급이 중단됐고 약 40~70개의 주요 에너지 인프라가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특히 디젤과 항공유(제트연료)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이미 아시아 지역에서 공급 차질이 나타나고 있으며, 4~5월에는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IEA는 지난달 11일 회원국 만장일치로 4억배럴 규모의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세계 약 4일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비롤 총장은 "필요할 경우 추가 방출도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일부 국가들이 오히려 비축량을 늘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공조의 균열을 우려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최근 원유 재고를 늘린 것으로 전해졌다.

비롤 총장은 각국의 보호무역적 대응도 경계했다. 그는 "석유·정제제품 수출 금지나 제한 조치는 글로벌 시장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특히 아시아 주요 정유국들이 수출을 막을 경우 시장 충격은 훨씬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이 휘발유·디젤·항공유 수출을 제한하고, 인도가 관련 수출에 추가 관세를 부과한 상황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위기의 파장은 개발도상국에 더 크게 미칠 전망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공급망 차질이 맞물리며 전세계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되는 양상이다. 비롤 총장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곧 식료품 가격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취약국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IEA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 위기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구조 전환을 촉발할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비롤 총장은 "1970년대 오일쇼크가 원자력 확대와 에너지 효율 개선을 이끌었듯, 이번 위기도 원자력 재부상, 전기차 확산,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등 구조 변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동시에 일부 국가에서는 석탄 사용 증가라는 역행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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