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전환금융 '기준이 허술'…부실한 전환계획 못 걸러

경제 / 김혜지 기자 / 2026-04-13 13:00:02
(출처=모션엘리먼츠)

정부가 제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이 그린워싱과 탄소고착을 막을 안전장치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녹색전환연구소가 발간한 이슈브리프 '한국 전환금융 녹색으로 향하는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유럽연합(EU)·일본·영국·아세안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핵심 기준이 빠져있어 부실한 전환계획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구조로 설계됐다고 꼬집었다.

전환금융은 철강·석유화학·발전 등 고탄소 산업이 저탄소로 전환하는 과정에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기존 녹색금융으로는 지원받기 어려운 산업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연구소 분석결과 우리나라의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은 EU식 정량 기준과 일본식 전환 전략을 결합한 혼합모델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느 방식에서도 핵심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전환이 실제로 이뤄지는지를 판단할 기준 자체가 부재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문제는 전환금융 전 과정에서 기준이 느슨하다는 점이다. 기업은 단순한 '전환 의지 선언'만으로도 금융지원 대상이 될 수 있고, 외부 검증 역시 의무가 아닌 선택사항이다. 공시 역시 금융회사 내부 보고에 그쳐 시장에서 검증이 어렵고, 실제로 감축을 이행하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는 구조다.

연구소는 이같은 구조가 탄소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환금융이 저탄소 전환이 아니라 LNG 발전 등 기존 화석연료 설비의 수명 연장에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발행된 발전 분야 녹색채권 가운데 약 36%(2조8000억 원)가 LNG 발전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리나라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자체도 국제 과학 기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설정돼 있어, 전환금융을 통해 유도되는 감축 수준 역시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연구소는 △업종별 감축 로드맵 재설계 △녹색금융과 전환금융 분리 △외부 검증 의무화 및 일몰 조건 도입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제시했다.

오선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전환금융이 탈탄소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라 형식적인 이름표로 소비될 위험이 크다"며 "제도의 신뢰성은 정부가 얼마나 엄격하게 설계를 보완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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